우리나라의 주택 문제는 곧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가격 급등 문제이다. 이 지역의 가격이 폭등하면 정부는 공급 확대안과 수요 억제책을 발표하면서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했던 것이 주된 주택정책의 역사다. 그러나 여전히 수도권에서는 주택 부족과 가격 상승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6개월 동안 발표한 정책인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모두 수도권 대책들이었다. 그러나 서울의 주택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수도권과 지방 간 주택 가격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마침내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수도권의 집값 상승은 뚜렷한 해법이 없으며 근본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최우선 문제를 무엇으로 설정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의 가격 억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동안 지역의 주거 복지 문제는 방치돼 왔다. 지역 주택 가격이 정체되고 재고가 많다고 해서 주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는 주택이 충분하지만 살 만한 집은 부족하다. 노후 주택은 대부분 단열과 내진 설계가 부족하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주거복지센터 지원도 충분하지 못하다.
저렴하고 쾌적한 주택만 공급된다면 기꺼이 지역에 거주할 국민은 많다. 예를 들어, 스스로 농촌학교를 선택한 부모들에게 살 만한 집은 절실한 문제이다. 필자는 충북 괴산군청이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소식에,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면서 6개월을 기다려 입주한 두 자녀 학부모의 애절한 사정을 직접 들은 바 있다.
정책의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역의 주택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낮은 가격, 수도권과 유사한 건축비 조건에서는 건설 사업의 수익성이 너무 떨어진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주택 사업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적자는 견뎌낼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기업도 적자와 부채 부담에 지역 주택 공급이 쉽지 않다.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 중심지에서 주택을 공급할 개발 방식도 없다. 이 지역에서는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정비조합이나 민간건설업체의 활동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주변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기에, 빈집과 공터가 있어도 주택건설사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공공재개발사업이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서울과 그 주변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지역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수도권 택지의 개발, 주택 분양, 각종 정비사업, 부동산의 소유와 양도로 발생한 막대한 불로소득을 지역의 주거복지와 주택건설사업 적자에 보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개발이익과 지역 주택 공급 간 이른바 교차 보조가 이뤄질 때 비로소 수도권과 지역의 주택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해법만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지역학회 연구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지정 89개 인구 감소 지자체에서도 40∼74세 인구는 유입이 유출보다 많다. 저렴하고 쾌적한 주택을 지역에 충분히 공급하면 귀촌을 촉진하고 수도권 주택 수요를 줄일 수 있다. 2·4대책에서 구상했던, 개발이익 교차 보조를 통해 지역특화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주거 뉴딜'을 재추진해야 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전 국토교통부 장관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잉어빵 맛으로 알아보는 내 성격 유형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