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의 한 고위 임원이 진행한 경영 강의에서 반복 등장한 단어는 '구성원'과 '행복'이었다. SK는 직원이라는 표현 대신 '구성원'을 쓴다. 단순히 고용 관계로 묶인 노동력이 아니라 기업가치 창출의 공동체 구성원으로 경영의 수단이 아닌 목적이라는 깊은 의미일 것이다. 이 임원은 SK의 첫 번째 목표는 구성원의 행복이며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노조와의 갈등도 거의 없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SK 구성원이 입사 후 가장 먼저 배우는 SK매니지먼트시스템(SKMS)에도 'SK 경영의 궁극적 목적은 구성원의 행복'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1979년 제정 당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내세운 '인간 위주의 경영'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사람 중심 경영은 SK가 오랜 시간 강조해온 핵심 가치다.
그룹의 활발한 사업 매각과 구성원 행복 사이의 간극은 무엇인지 임원에게 물었다. 그에 대한 답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이라는 원론적 설명이었다. 정작 두시간 동안 강조했던 '구성원'이나 '사람'은 답변에 없었다.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최근 SK실트론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면서였다. 구성원보다 리밸런싱이 우선순위임을 알 수 있었다. 실트론 노조는 수개월간 일자리 보장과 회사 매각 절차의 정보 공유 등을 요구해왔다. 매각은 이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사안이지만 구성원들이 얻는 답변은 여전히 모호하다. 이들은 사상 첫 파업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고강도 리밸런싱이 진행되는 일부 SK 멤버사 구성원들에게서 "회사가 마치 사모펀드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시장에 특정 멤버사가 매물로 거론되면 공식 입장은 대체로 같다.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모든 멤버사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는 내용이다. 멤버사 이름이 매각 소식 기사에 오를 때마다 해당 회사 구성원들은 자신이 SKMS에서 말하는 '행복의 주체'인지, 언제든 교체 가능한 포트폴리오의 일부인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서 변화와 사업 재편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이 커질수록 구성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는 조직의 생산성과 신뢰를 떨어뜨린다.
SK가 말하는 구성원의 행복이 선언적 가치에 머물지 않으려면 필요한 것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매각합병 과정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고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면 된다. 그룹이 강조하는 소통의 역할이 절실해 보인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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