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의 마무리 투수 박영현(왼쪽), 외야수 안현민. 사진=KT 위즈 제공 “처음엔 솔직히 (투수 입장에서) 불안했다(웃음).”
동료마저 엄지를 들어 올릴 수밖에 없다. 증명하고, 또 증명했다. 발 빠른 것이 장점이었던 고졸 포수는 우락부락한 외야수로 변신해 신인왕과 황금장갑을 동시에 품었다. 이 모든 찬사의 주인공은 바로 프로야구 KT의 괴물타자 안현민이다.
KBO리그 최고 위상을 지닌 골든글러브 수상과 함께 눈부셨던 한 해에 방점을 찍었다. 2025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군림한 안현민은 지난 9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달 24일 거머쥔 신인상에 이어 재차 큰 획을 그은 순간이다.
피나는 노력 끝에 지금의 안현민이 있다. 고교 시절만 해도 마른 체형이었지만, 지속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쳐 프로 무대에선 ‘고릴라’라는 애칭을 얻었을 정도다. 향후 KBO리그를 이끌 거포로도 기대를 모은다.
프로야구 KT의 외야수 안현민(왼쪽). 마무리 투수 박영현이 2021년 입단 환영식에서 시구와 시타 이벤트에 참여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KT 내부에서도 웃음꽃을 피운다. 2003년생 동갑내기이자 팀 동료인 박영현 역시 구단을 통해 축하를 전했다. 2021년 지명 직후 열린 입단 환영식에서 나란히 시구와 시타를 경험하기도 했다.
박영현은 “중학교 때부터 인연이 있어 친하게 지냈다. (안)현민이는 그때부터 한 마디로 ‘운동에 미친 아이’였다. 훈련과 연습 모두 열정적으로 했었다”고 떠올렸다.
빼어난 발전 속도에 혀를 내두른다. “언젠간 꼭 올라와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운을 뗀 박영현은 “처음 외야수로 전향했을 때는 솔직히 내 뒤에서 잘해줄 수 있을까 사실 불안감도 있었다”고 웃었다.
이어 “현민이도 경험이 쌓이고 경기에 많이 나서니 더욱 발전하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은 외야수로 전향한 것이 정말 '신의 한 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은 ‘03즈’의 일원으로서 마법사는 물론,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다. 박영현은 안현민을 향해 “내년에도 함께 으?으?해서 우리 둘 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좋은 모습 보였으면 좋겠다”면서 “당찬 모습으로 같이 힘내서 대표팀 분위기도 이끌고 03즈의 힘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수 시절 외야수 안현민. 사진=KT 위즈 제공
포수 시절 외야수 안현민. 사진=KT 위즈 제공 한편 신인상과 골든글러브를 한 시즌에 모두 받은 사례는 KBO리그서 통산 9번째다. 외야수로 한정하면 1997년 LG 이병규 이후 28년 만이다. 더불어 KT는 안현민의 신인상으로 10구단 체제 이후 최다 수상(3회) 구단이 됐다. 2018년엔 강백호(현 한화)가, 2020년 소형준이 신인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안현민은 격전지로 꼽힌 외야수 부문에서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2025시즌 112경기에서 타율 0.334 22홈런 80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출루율 0.448로 이 부문 최상단을 따내 타이틀 홀더에도 올랐다.
실제로도 많은 표심이 쏠렸다. 단 3명에게만 허락되는 외야수 부문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 125표 중 110표를 얻어 득표율 88%를 마크한 게 방증이다.
시상식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안현민은 “시간이 빠듯해 팬들께 감사 인사를 미처 다 드리지 못했다. 우리 팀이 내년 새롭게 더 많은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올 한 해 너무 감사했다”고 강조했다.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꿈꾼다. 한 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게 선수 본인의 생각이다. 안현민은 “올해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만약 더 많이 출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도 든다”고 말했다.
풀타임 출전을 목표로 나아간다. “풀 타임을 뛰게 될 첫 시즌이기에 새로운 무대라고 느끼고 있다”며 부푼 기대를 내비쳤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