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딥시크 쇼크'로 상징된 중국의 레드테크 부상이 이제 첨단 과학기술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은 물론 바이오산업에서도 중국은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2021년부터 '제14차 생물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온 중국은 혁신 신약뿐만 아니라 바이오 소재, 농업 기술 등 다수의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 강국인 영국은 2023년 '국가 공학생물학 비전'을 발표하며, 20억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의 부상에 대응해 '생물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는 한편, 바이오 기술과 제조 혁신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이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넘어 국가 안보와 전략산업의 기반을 좌우하는 기술로 부상하면서 미국·중국·유럽 등 기술 선진국들은 기술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이란 생명체를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라보고 DNA·단백질·세포의 기능을 공학적으로 재설계해 자연계에 없는 새로운 특성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합하듯, 표준화된 DNA 부품을 활용해 원하는 생물학적 기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존 생명공학의 패러다임을 넘어선다. 이 기술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인 맞춤형 약품, 면역세포치료제 등 기존 신약 개발 분야뿐 아니라 탄소 포집 미생물, 바이오 플라스틱, 인공 단백질 섬유 등 화이트·그린 바이오 분야까지 폭넓게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과 결합하면서 혁신의 속도와 범위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세계 최초로 '합성생물학 육성법'을 제정하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합성 생물학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하고, 국가 주도의 공공 바이오 파운드리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수준과 산업화 속도는 여전히 미국·중국·유럽과 격차가 존재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유 기반 제조 산업의 30%를 바이오 기반 제조로 바꾼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탄소 규제 강화 흐름을 고려하면 바이오 제조 전환 전략을 한층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그간 신약·의료기기 등 레드 바이오 중심으로 형성된 정부 연구개발 투자 구조에서 화이트 바이오와 그린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산업 수요에 기반한 기술성숙도(TRL) 기반 스케일업 체계와 제품·소재별로 성과 연계형 연구개발 모델을 도입해 실증 이후의 '산업화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파운드리 건설의 속도를 높이고, 지역 거점별로 특화형 파운드리를 확충해 연구-실증-제조가 단절되지 않는 통합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 석유화학·소재·식품 등 수요 산업과 정부연구기관, 대학의 협력이 촘촘히 이뤄져야 한다.
바이오 제조는 스타트업만의 새로운 영역이 아니라, 기존 산업의 구조 전환과 연계될 때 비로소 경제적 효과와 시장성이 극대화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전자변형작물(LMO), 유전자변형식품(GMO), 유전자 편집 등 관련 규제도 기술 발전 속도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의료·비식품 등 비교적 부담이 적은 분야에서 우선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적용 사례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식품·농업 등 민감한 영역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다.
합성생물학은 더 이상 실험실 안의 기술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좌우할 국가전략기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기술이 시장과 제조 현장, 일자리와 산업 구조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실행 체계다. 정부와 산업계, 연구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바이오 제조 전환'에 속도를 낼 때 합성생물학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오태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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