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의 마무리 투수 박영현은 국가대표 뒷문을 책임질 가장 유력한 카드로 꼽힌다. 박영현이 지난해 11월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과 쿠바의 평가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뒷문을 닫기 위해 글러브를 재차 꽉 움켜쥔다.
세계 야구팬들의 축제이자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하는 국가대항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D-86’.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전력 구상에서도 가장 무게가 실리는 건 마무리 투수다. 이 자리에 가장 선명하게 다가선 이름이 있다. 바로 2025시즌 KBO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한 박영현(KT)이다.
박영현은 불과 22세의 나이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거듭났다. 2년 전 최연소 홀드왕을 기점으로 이듬해 승률, 올해 세이브까지 3년 연속 타이틀을 휩쓸었다. 특히 마무리 전향 2년 차에 곧바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게 주목할 만하다. 지난 시즌 67경기 등판, 5승6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3.89를 작성했다.
태극마크를 달면 더 강해지는 투수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모의고사에서도 번뜩였다. 대표팀은 지난달 15, 16일 일본과의 평가전을 통해 마운드의 불안 요소를 확인했다. 두 경기서 사사구 23개가 쏟아졌을 정도다. 그 와중에도 박영현은 2이닝 퍼펙트 역투로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보여준 바 있다. 이틀간 대표팀서 등판한 투수 중 유일하게 안타와 사사구 각각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
KT 박영현이 지난 8월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승리를 지켜낸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유의 돌직구를 앞세워 국제 대회서 유독 강한 면모다. 박영현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 7경기 1승 3세이브 무실점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구위였다. 이 시기 31명의 타자를 상대해 사사구 하나만 내주고 삼진 14차례 돌려세운 게 방증이다.
생애 첫 WBC 무대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박영현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회가 발표한 2026 WBC 1차 캠프 명단에 승선했다. 3월 본대회를 앞두고 체계적인 준비를 위한 조기 소집이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마련됐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마무리 자원은 박영현을 비롯해 유영찬(LG), 조병현(SSG), 김택연(두산) 등이 이번 캠프에 포함됐다. 이 중 박영현이 단연 가장 믿음직한 기둥으로 꼽힌다. KBO리그에서의 성과는 물론, 국가대항전에서 보여준 대활약 덕분이다. 자연스럽게 마무리 후보군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비시즌이지만 쉴 새 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영현은 현재 개인 훈련에 몰두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 항저우 AG 금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은 뒤 모교 유신고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도 진행 중이다. 그는 “오전에 훈련하고 오후에는 봉사활동을 하며 1월 대표팀 소집 일정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며 “최종 엔트리에 선발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