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와 처벌 대상을 결정하는 문제는 모든 수사기관이 안고 있는 숙명이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을 결정할 때는 객관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선거 국면에서 검찰·경찰이 정치인과 기업 비리 수사를 대놓고 하지 않는 이유도 혹시 모를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속담을 간과한 듯하다. 특검팀이 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면서 '선별 수사'라는 불씨를 제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통일교의 핵심 인물인 피의자의 진술을 가볍게 여긴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한쪽 입장에서는 특검팀이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만하다. 통일교로부터 돈을 받고 현안 사업을 청탁하거나, 대통령 선거와 당 대표 선거에서 통일교의 지원받았다는 등의 범죄 사실이 공표되면서 정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거센 비판과 함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왜 나만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레퍼토리와는 결이 다르다.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의 '밀약'에 대해서 특검팀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던 지난여름, 통일교가 정치자금을 살포한 대상에 더불어민주당도 포함돼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진술 내용이 인적·물적·시간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다른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는 특검팀의 해명은 개운치가 않다.
특검팀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특검팀이 확보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조사 당시 피의자가 '한 것 같다'라는 식으로 진술하면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특검팀은 그간 특검의 수사 범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여러 사건을 처리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특검팀은 진술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했어야 했다.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받아 사건기록으로 만들어뒀다는 설명은 특검팀이 처리한 다른 사건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김건희 특검법 수사대상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 행위 일체'라고 명시돼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이 이론의 여지 없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선택적 수사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번호까지 만들어 사건화를 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수면 위로 올라온 의혹이 이대로 묻히는 것은 아닐까.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이달 28일이면 끝난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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