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14년 만의 리더십 교체…'장인섭 체제' 글로벌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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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14년 만의 리더십 교체…'장인섭 체제' 글로벌 공략

하이트진로가 14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김인규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장인섭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장기 집권 체제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인사다. 국내 주류 시장이 구조적 정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하이트진로는 이번 대표 교체를 통해 조직 쇄신과 글로벌 전략 가속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전략·운영 전문가 장인섭, 하이트진로 새 수장

9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장인섭 전무를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1967년생인 장 신임 대표는 1995년 진로에 입사한 이후 줄곧 하이트진로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통 '하이트진로맨'이다. 경영전략과 정책, 법무, 물류, SCM, 경영지원 등 회사의 핵심 관리·기획 부문을 두루 거쳤고, 2021년 이후 최근까지 관리부문을 총괄하는 전무로 재직했다.


영업이나 마케팅보다 전략 수립과 조직 운영, 구조 설계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기업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전략·운영형 CEO'의 등장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주류 시장의 성장 둔화, 원가 부담 확대, 유통 환경 변화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대응해 사업 구조와 조직 체계를 동시에 손질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읽힌다.


하이트진로의 이번 대표 교체는 단순한 임기 교체가 아니다. 국내 주류 시장은 소비 인구 감소와 고령화, 젊은 세대의 음주 행태 변화로 구조적 정체 단계에 들어섰다. 소주·맥주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만으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외형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와 환율 변동성,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이 동시에 겹치며 수익성 압박도 커졌다. 하이트진로가 14년간 '안정형 리더십'을 유지해 온 김인규 체제를 마무리하고 내부 구조에 정통한 전략형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성장 전략과 수익 모델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회사 측이 이번 인사를 '미래 성장 전략과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인사'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인규, 14년 장기 집권…소주 1위 굳힌 '안정의 리더'

김인규 전 대표는 2011년 하이트맥주와 진로 합병 이후 줄곧 하이트진로를 이끌어 온 최장수 CEO다. 마케팅과 영업, 기획 부서를 두루 거친 그는 소주와 맥주 양대 사업을 책임진 현장형 경영자로 평가받아 왔다.


김 전 대표 체제에서 하이트진로는 소주시장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참이슬'의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복고 감성을 앞세운 '진로' 리브랜딩을 통해 젊은 세대까지 흡수하며 소주 시장의 독주 체제를 굳혔다. 이는 김인규 체제의 가장 뚜렷한 성과로 꼽힌다. 맥주 부문에서도 '테라', '필라이트' 등을 통해 반등에 성공하며 시장 내 존재감을 일정 부분 회복했다. 또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소주의 글로벌 진출 역시 김인규 체제에서 본격화됐다.


다만 국내 주류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 환경 속에서 외형 성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맥주 시장에서 업계 1위 탈환에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기존 시장을 방어하고 확장하는 데는 강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 측면에서는 뚜렷한 전환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평가도 함께 따른다.


장인섭 체제의 과제…'내실 재편'과 '글로벌 가속'의 병행

장인섭 체제의 최우선 과제는 정체된 국내 시장을 넘어설 새로운 성장 구조를 구축하는 동시에 수익성과 조직 효율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비용 구조 재편, 운영 효율화, 조직 시스템 정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가 오랫동안 전략·관리 부문을 맡아온 만큼 재무 구조와 생산·물류·지원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회사가 공식적으로 강조한 '해외 시장 확대' 역시 핵심 과제다. 소주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 유통망 확충, 국가별 맞춤형 브랜드 전략 등 보다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 제품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 소주·맥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프리미엄 라인 강화, 해외 시장 전용 브랜드 등 새로운 성장 축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표 교체는 하이트진로가 더 이상 안정만을 추구할 수 없는 시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김 전 대표가 소주 시장 독주 체제를 굳히며 '안정의 시대'를 열었다면 장 대표는 침체 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전환의 시대'를 맡게 됐다. 하이트진로가 새 리더십 아래에서 조직과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고, 해외에서 어떤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낼지가 향후 기업 가치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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