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선된 제주 차고지증명제에 대해 도민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공영주차장 확충 등 지속적인 인프라(기반)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고지증명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 시행 중이다.
8일 제주도에 따르면 차고지증명제 개정 시행에 따른 도민 인식과 체감도를 파악하기 위해 8월 27일부터 10월 25일까지 모바일·대면조사를 진행했다. 차고지증명 신청 경험이 2회 이상인 1148명을 표본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전체 평균은 3.61점(5점 만점)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는 ‘세부 개선사항에 대한 인식’이 3.87점으로 가장 높았고, ‘제도 인식·수용성’ 3.79점, ‘제도 전반 평가·향후 방향’ 3.63점, ‘주차여건·불법주정차 변화’ 3.14점 순이었다.
제도 존치 필요성은 인정하나, 도심과 주택가 주차여건·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주차질서 계도가 요구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 개선에 대한 전체 의견 208건 중 폐지·전면 재검토 의견은 5.3%(11명)에 그쳤다. 반면 행정절차 복잡·비효율 22.6%(47명), 실효성 부족·형식적 운영 16.8%(35명) 등 제도 운영상의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제도 운영 효율성 확보와 공영주차장 확충 등 인프라 개선을 대변했다.
응답자는 남성 54.9%, 여성 45.1%였으며 30대가 28.7%로 가장 많았다. 제주시 동지역 거주자가 42.2%, 단독주택 거주자가 50%로 각각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2007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차고지증명은 차량 소유자가 차고지를 확보해야 차량 등록을 허용하는 제도다. 제주시 동지역 대형승용차(배기량 2000㏄ 이상)를 시작으로, 2022년 도내 전역에서 모든 차량으로 확대했지만 3년 만에 제도가 다시 완화됐다.
이 제도로 차량 증가세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입이 적은 사회초년생과 집 없는 서민, 생계용으로 1t 화물차를 운행하는 영세상인, 교통약자인 장애인 등은 차고지증명이 큰 부담이 됐다. 특히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원도심 주민들은 차고지증명을 이행하기 어려워 주거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더구나 주소지 위장 전입과 타 지방에서 차량을 구입해 제주에서 운행하는 사례를 비롯해 실제 주차를 하지 않으면서도 증빙서류만 제시하는 ‘서류형 차고지’ 등 온갖 편법행위가 속출했다.
도는 들끓는 민원으로 18년 만에 정책 후퇴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 ‘제주도 차고지증명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를 공포해 시행에 들어갔다. 경형자동차, 1t 이하 화물차를 포함한 소형자동차, 제1종 저공해자동차(전기차, 수소차), 중형자동차 중 배기량 1600㏄ 미만 자동차가 차고지증명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2명 이상 다자녀가정, 중증장애인 또는 보호자,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은 소유 차량 1대에 대해 차고지 증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전체 증명 대상 약 37만1000대 중 약 73%에 해당하는 약 26만대가 차고지증명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