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이 수소는 나쁜 수소죠." 지난 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하이드로젠엑스포(세계수소엑스포) 2025' 개막식에 참석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 얘기라고 한다. 수소 업계에서는 이날 김 장관의 발언에 관심을 집중했다.
김 장관이 '그레이수소'를 언급한 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개막식 환영사에서 그레이수소보다는 그린수소나 핑크수소를 생산해 기후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해서 생산하는 수소로 그린수소나 핑크수소보다는 탄소발생량이 많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만들고 핑크수소는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를 말한다. 김 장관은 그레이 수소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인 블루 수소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전시회에서 만난 수소 업계 관계자들은 김 장관의 발언에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실을 외면한 채 장밋빛 미래만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그린수소나 핑크수소를 이용해 우리나라가 필요한 충분한 양의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비싼 국내에서 그린수소를 만들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원전은 기저 전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핑크 수소를 충분히 만들 정도의 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재생에너지 가격이 싼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들여오거나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그린수소 가격을 낮추는 방법밖엔 없어 보인다.
김 장관 발언은 전 세계 수소 정책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각국은 그동안 그린, 그레이, 블루 등 색깔을 지우는 데 집중했다. 색깔보다는 생산 과정에 탄소를 어느 정도 배출하느냐에 따라 구분하는 클린수소 정책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클린수소에 대한 인센티브를 통해 단계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의 '청정수소인증제도'도 이러한 국제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탄생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청정수소라는 말은 사라지고 다시 그린, 그레이 등 색깔론이 부활하는 느낌이다. 수소 업계에서는 수소에 대한 김 장관의 생각이 너무 외골수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은 업계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현대자동차그룹만 유독 눈에 띌 뿐 포스코, SK, 롯데, 한화 등 그동안 적극적으로 수소 사업을 추진하던 주요 대기업들은 모두 불참했다. 현실성 없는 정책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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