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왼쪽부터), 박철순, 송진우가 8일 서울 리베라호텔 청담에서 열린 2025 일구회 시상식에 참석해 21번 영구결번 착장식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BO리그의 영원한 ‘NO.21’ 트리오가 한 무대에서 마주했다.
프로야구 OB 모임 일구회는 8일 서울 호텔리베라 청담에서 ‘2025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을 열고 한 해를 풍성하게 채운 야구인들과 한 해의 마무리를 기념했다.
다른 시상식에서 볼 수 없던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바로 이날 제30회 일구대상을 수상한 오승환과 두 명의 ‘리빙 레전드’ 박철순, 송진우가 함께 무대를 빛낸 ‘21번 영구결번 착장식’이었다. 세 선수는 각자의 구단에서 영원한 21번으로 남은 3인방이다. KBO리그 영구결번 역사에서 3명의 선수가 하나의 번호를 공유하는 건 21번이 유일하다.
박철순은 OB(두산 전신) 역사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에 써낸 경이로운 22연승은 불멸의 대기록으로 남아있다. 13년간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며 통산 29번의 완투승, 76승(53패) 20세이브 등을 올린 끝에 2002년 두산의 두 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박철순이 2022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 레전드 40인 시상식에 참석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송진우는 독수리 군단의 21번을 책임졌다. 21시즌 간 대전 야구장을 누비며 통산 210승 2048탈삼진 3003이닝을 남겼다. 다승·이닝은 통산 1위, 탈삼진은 양현종(KIA)에게 리드를 내주기 전까지 오랫동안 통산 1위를 달리기도 했다. 그의 21번도 2009년에 한화 3번째 영구결번으로 남았다.
오승환이 바통을 받아 사자군단 21번을 품었다. KBO리그 통산 427세이브로 역대 최고 클로저가 된 그는 일본·미국까지 섭렵하며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수놓았다. 국가대표로도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에 기여했다. 지난 9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삼성의 영원한 21번으로 남았다.
오승환이 지난 9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기념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세 선수는 무대에 올라 각자의 유니폼을 입고 의미 깊은 숫자 ‘21’을 함께 바라봤다. 송진우 전 코치는 “KBO리그 영구결번 중에서 21번이 가장 많다. 심지어 3명 모두 투수”라고 웃으며 “박철순 선배님을 바라보며 21번을 택했고, 야구에 대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한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고, 앞으로도 21번이 한국 투수들에게 남다른 의미의 번호로 남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상 수상의 영광을 대선배들 앞에서 만끽한 오승환은 “야구하면서 대상을 받아본 적이 많이 없는데, 이렇게 선후배님들께서 주신 상을 받아 감사하다”며 “너무나 잘하셨던 선배님들 번호를 같이 썼고, 이렇게 영구결번까지 오게 됐다. 오히려 선배님들께 제가 감사할 뿐”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어 “선배들께서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오신 번호를 저도 영구결번으로 남길 수 있어서 너무나 뜻깊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같이 자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크나큰 영광”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승환(왼쪽부터), 송진우, 박철순이 8일 서울 리베라호텔 청담에서 열린 2025 일구회 시상식에 참석해 21번 영구결번 착장식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