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주식시장이 이례적인 활황을 보이고 있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연초 2400선이던 코스피는 5월 이후 가파르게 올라 4000포인트를 넘어섰고, 새 정부가 제시한 '코스피 5000시대'도 현실 가능한 목표로 거론된다. 밸류업 정책 및 상법 개정의 효과와 추가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타결, 글로벌 유동성 확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이미 시장에 참여해 온 투자자들은 환호하고 있고, 진입 시기를 놓친 개인들은 지금이라도 따라붙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 속에서 시장에 내재된 위험 구조와 투자 행태를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지난해 월평균 주식 회전율은 약 16%로, 세계 평균인 약 10%를 웃돈다. 이는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보다는 단기 매매에 치우쳐 있다는 뜻이다. 높은 회전율은 기업에 대한 중장기적 수익성을 반영하는 기초가치보다 단기 차익을 좇는 심리를 반영하며, 장기적 상승 추세를 제약할 수 있다. 실제 코스피 실질지수의 장기 흐름을 보면 최근의 반등을 제외하면 뚜렷한 우상향 패턴을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의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충격에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며 장기적 성장세를 유지한다. 이러한 '장기투자 문화'는 단기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의 산물이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심리는 여전히 '한방'을 노리는 단기 투기적 성향이 강하다. 블룸버그가 한국의 개인투자자를 '오징어게임식 투자자'라 묘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고위험 투자나 두세 배 변동형 상장지수펀드(ETF)는 수익률뿐 아니라 손실 폭 또한 배가시킨다. 가상자산 역시 하루에도 크게 출렁이는 고위험 자산이다. 물론 자산의 본질과 내재가치를 이해하고, 미래 전망에 기반해 위험을 관리한다면 이는 도전이자 학습의 과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금융지식 없이 '묻지마 투자'로 뛰어드는 경우다. 손실은 반복되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자산관리의 기본 원칙으로 흔히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 비중만큼 위험자산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위험자산의 기대수익이 안전자산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자산의 범위와 구성은 연령·소득·목표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자산을 주기적으로 분산· 재조정하고,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을 파악하는 능력은 단편적인 강연이나 동영상 시청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이는 체계적 금융교육과 실제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이 신설된다. 금융지식과 재무적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바람직한 변화이다. 그러나 수능 비포함 과목이라는 이유로 교육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금융연합회 등 여러 기관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세대별·소득수준별로 설계된 맞춤형 커리큘럼은 여전히 부족하다. 현실적인 자산 형성과 금융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찾아가는 금융교육', 즉 실질적 체험 중심의 접근이 절실하다.
금융교육이 필요한 또 다른 축은 은퇴 이후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시니어 세대이다. 많은 은퇴자들이 자산의 대부분을 예금 형태로 묶어두거나, 반대로 무리한 사업 투자로 손실을 입는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 경제에서 시니어층의 금융 이해력은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이 점에서 초고령 사회로 이미 진입한 일본의 최근 정책적 대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고령층의 금융사기 예방, 자산승계·상속관리, 디지털 금융 활용을 지원하는 반관반민형 금융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노후 설계와 재무 상담이 결합된 형태이다. 금융청(FSA)과 지방은행이 협력해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며, 그 결과 고령층의 과도한 안전자산 편중이 완화되고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강화되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No free lunch)"는 경제의 기본 원리는 언제나 유효하다. 높은 수익에는 반드시 높은 위험이 따른다. 금융교육은 이 단순한 원리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체득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학교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은퇴 이후에도 전 생애에 걸친 실질적 금융학습 체계가 정착될 때, 우리는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위험을 통제하며 흔들리지 않는 '금융 근육'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본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자산에 머무르지 않고, 혁신 산업과 기업 활동으로 흐르는 '생산적 금융'의 기반도 그때 비로소 단단해질 것이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금융학회장)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잉어빵 맛으로 알아보는 내 성격 유형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