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구재앙의 문화적 요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화여대 불문과 교수이자 다문화연구소장인 저자는 갈수록 심화되는 출산율 저하, 가족의 불안정, 성 역할 갈등을 단순한 ‘정책 실패’나 ‘세대 충돌’로 보지 않고, 한국 사회 전체가 사용하는 문화적 문법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전대미문의 낮은 합계출산율과 이로 인한 인구재앙은 변질한 유학이 만들어낸 성불평등 때문이다. 공자의 유학은 중국에서 동중서, 주희 등에 의해 1차 변질되고 조선에서 남성 양반에 의해 2차 변질된 상태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부유별, 열녀담론은 크게 변질했고, 출가외인, 현모양처, 홍동백서는 유학과 전혀 무관한 단어들이다.
미래의 언어/장한업/박영스토리/1만7000원 그런데 이런 사자성어가 오늘날 한국의 뇌리에 그대로 남아 남녀불평등을 지속시키고, 결과적으로 인구급감의 문화적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결혼과 출산이 ‘의무’로 작동했던 시대가 이미 끝났음에도, 제도와 문화가 여전히 과거 틀 안에 갇혀 있다. 저자는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개인적 이기심이 아니라 시대와 맞지 않는 제도 때문”이라며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한다. 책에선 인구 정책의 방향을 ‘지원 확대’보다 더 근본적 차원의 질문으로 옮긴다. 개인의 선택권, 성평등한 가족 구조, 공정한 상속과 돌봄 분담 등 사회 전반을 재설계하는 시각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우리는 어떤 언어로 미래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인구절벽이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문화적·역사적 대안을 통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미래에 필요한 ‘다른 언어’를 찾고자 하는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노작(勞作)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