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SK 中반도체 공장 업그레이드·확장 불허"…업계 "단기 충격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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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삼성·SK 中반도체 공장 업그레이드·확장 불허"…업계 "단기 충격 제한적"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부여해온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박탈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 두 기업은 장비 반입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해지는 구조지만, 현지 공장이 이미 구세대 제품 위주로 가동돼 온 만큼 단기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미 연방 관보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한 포괄허가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다음달 2일(현지시간) 연방 관보에 이를 정식 게재한다고 예고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중국 법인인 '인텔반도체 유한공사'(다롄 소재)와 '삼성 반도체 유한공사', 'SK하이닉스 반도체 유한공사' 등 3곳을 제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내달 2일(미 동부시간) 정식 게시 후 120일 뒤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삼성전자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다롄 낸드 공장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인텔 다롄 공장 역시 SK하이닉스가 인수한 만큼 한국 기업의 중국 생산시설로 포함된다.


이에 따라 삼성 시안 낸드 공장, SK하이닉스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은 내년1월부터는 미국산 장비를 허가 없이 반입할 수 없고, 모두 건건이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상무부는 "현상 유지는 허용하되 생산 확장과 기술 업그레이드는 불허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당장 조업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다롄 공장은 이미 한국 본사 대비 1∼2세대 뒤처진 공정을 돌리고 있으며, 주요 전략 품목은 국내와 미국 생산라인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인공지능(AI) 서버용 차세대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글로벌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술 고도화가 막히면 중국 생산거점은 시간이 갈수록 저사양 제품 생산지로 고정돼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장비 반입 때마다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해 승인 지연으로 공급 일정이 꼬일 위험도 있다. 실제로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연간 1000건의 수출 허가 신청이 새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적 맥락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과 '관세 휴전'을 연장하며 직접적 대중 수출 통제를 완화했지만, 동맹국 기업의 중국 내 생산기지는 예외를 두지 않았다. 한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남은 120일 동안 한미 간 협상을 통해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적용 강도를 완화할 여지는 남아 있다. 또한 실제 집행 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현상 유지'를 허용할지가 삼성과 SK의 중국 사업 지속 가능성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 우리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미국 정부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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