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의 당선은 정치적 쇼크였다. 무엇보다 맘다니가 진보적 단체인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 소속이란 점이 눈에 띈다.
맘다니의 승리를 견인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유권자의 적극적 지지였다. 청년(18~29세) 유권자 중 약 75%가 맘다니에게 표를 던졌다. 여기에 약 56%에 달하는 뉴욕시 빈곤층과 저소득층이 맘다니에게 기울었다. 유색인종들도 가세했다. 이들에게 주거비, 생활비, 사회복지 등을 개선해 한마디로 뉴욕을 '살만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맘다니의 공약이 먹혔다.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은 이들의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에서 드러난다.
2025년 5월 카토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8~29세 응답자 중 62%가 사회주의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서도 사회주의에 우호적인 비율이 40~50% 정도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세대는 학자금 대출 폭증, 주거비 폭등,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여파, 비정규직 불안정, 의료비·교육비 급등, 2020년 이후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렇다고 미국 밀레니얼이 소비에트식 국가사회주의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보편적 의료, 교육 공공성 확대,기업 규제 강화, 부유세·대기업 통제, 주거·노동·기후 위기 대응, 대중교통·공공주택·그린 뉴딜 등 복지국가 모델을 원한다.
그런데 인구통계 분석가이자 작가인 닐하우(Neil Howe)는 1997년 공저한 '제4의 전환기'에서 미국 역사가 약 80~100년 주기의 큰 순환(사쿨룸·saeculum)을 반복한다고 주장하며, 각 사쿨룸은 4개의 역사적 국면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2023년 출간된 '제4의 전환기가 도래했다'에서 그는 현재 미국이 심각한 정치적 부족주의, 경제적 불평등 심화, 그리고 정부 기능 마비를 특징으로 하는 네 번째 전환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위기 시대는 2030년대 중반 이전에 절정에 달할 것이며, 과거의 위기들이 전쟁·혁명·대공황으로 이어졌듯이 이번 위기도 사회·정치·경제·문화 전반의 구조적 충돌을 동반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이 위기는 새로운 사회 건설의 기회이기도 하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위기 이후 새로운 사회를 구축할 주역이 된다. 하우는 밀레니얼을 '영웅 세대'로 부른다. 영웅세대는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적 해결을 선호하고, 협동적, 제도 중심적이며, 공공의 이익·사회 안전망·공정성에 민감하다.
그럼 전환기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 분열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기존 제도를 개혁해 구조적 리셋을 시도하며, 경제적 불평등·안전망 붕괴·부의 집중을 해결하는 리더라고 하우는 본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와 실용적 행동주의를 대변하는 인물일 것이다. 이런 하우의 틀에서 보면 맘다니 같은 진보 정치인은 밀레니얼 세대의 집단적 프로젝트를 제도화하는 촉매자 역할을 할수 있다.
하지만 민주사회주의가 미국 전체에서 승리하는 비전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밀레니얼 세대 내부에는 여러 차이가 있어서 단일한 정치 집단은 아니다. 더구나 위기 후 다가올 대전환이 반드시 진보적 재편으로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보수-권위주의적 재편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맘다니의 당선으로 일부 드러난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적 열망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미국과 세계의 미래는 결정될 것이다.
김동기 달러의 힘 저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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