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최소 120건씩은 들어오는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터지고 나선 50건대로 주문량이 반토막 났어요." 서울 강서구에서 전자기기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이모씨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수년째 쿠팡에서 제품을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온 소상공인이다. 꼼꼼한 마감과 내구성 덕에 리뷰가 꾸준히 쌓이며 '믿고 사는 셀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탈 쿠팡' 움직임이 번지면서 주문량은 순식간에 급감했다.
이번 쿠팡 사태가 소비자 피해에 그치지 않고 입점 소상공인과 중소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온다. 소비자가 불안에 떠는 동안 소상공인은 현실이 된 매출 하락과 맞닥뜨렸다. 쿠팡이 책임 소재와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을 내놓는 사이,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해 위태롭게 생계를 유지하던 소상공인의 삶은 체감될 정도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도 '플랫폼 사고'로 인한 충격은 가장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과 중소업체들에 가장 크고 빠르게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을 덮쳤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무리한 확장과 취약한 정산 구조 등 플랫폼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서 촉발된 사태로 입점 소상공인 5만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실질적인 보상은 여전히 요원하다. 티몬의 총 회생채권 규모는 1조2083억원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변제율은 0.75%에 불과하다. 1000만원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7만5000원만 돌려받았다는 의미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과 티메프 사태의 원인은 다르지만, 신뢰를 잃은 플랫폼으로 인해 입점 소상공인이 피해를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점에선 같다. 플랫폼은 '성장 파트너' '상생 협력' 등을 내세우며 소상공인에 손을 내밀지만,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작 책임 구제에선 한발짝 뒤로 물러선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손실은 결국 고스란히 개인사업자의 몫이 된다. 보안 부실·관리 시스템 미비와 같은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위험 비용을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는 소상공인이 떠안는 공식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도 결과는 비슷할 공산이 크다. 티메프 사태 이후, 온라인 플랫폼 사고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를 구제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대부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번 사태의 피해자가 된 소상공인들은 매출 하락 등의 피해를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조차 몰라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든 쿠팡이든, 누구든 나서서 해결해 달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언제까지 이 불공정한 거래가 계속돼야 하나. 이제 쿠팡 사태는 그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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