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연주자 김일륜이 현재까지 활발하게 전승되고 연주되는 가야금산조 중 여섯바탕을 선정해 짧은풀이로 한 무대에서 모두 연주한다.
김일륜은 14일 오후 5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지난 30년(1994~2023) 동안 모두 11차례에 걸쳐 완주했던 가야금산조 최옥삼류, 황병기류, 성금연류, 김병호류, 김죽파류, 신관용류 가야금산조 여섯 바탕의 짧은풀이를 최초로 한 무대에서 모두 연주하는 특별한 기록에 도전한다.
가야금 연주자 김일륜. A&A 제공 김일륜이 오랜 준비 끝에 도전하는 이번 무대는 산조 여섯바탕의 짧은 풀이를 한 무대 위에 모두 올림으로써, 가야금산조의 정수를 되새기고, 젊은 세대에게 한국 전통예술의 우수함을 전해주는 특별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50년 넘게 가야금을 연주해온 김일륜에게 가야금산조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 가야금을 품에 안으며 처음 배우게 된 ‘성금연류 산조’부터 깊은 계면 선율에 이끌려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아준 ‘신관용류 산조’, 대학 시절 꿋꿋한 우조 가락에 깜짝 놀라 빠져든 ‘최옥삼류 산조’, 선생님의 악보집 채보를 도우며 배우게 된 여성스러운 ‘김죽파류 산조’, 대학원을 준비하던 중 황병기 명인을 만나 배우게 된 ‘정남희제 황병기류 산조’, 박사과정에서 배웠던 영원한 청춘 같은 ‘김병호류 산조’는 모두 유파별 성격이 다르지만, 그에게는 늘 수련의 도구이자, 50년 넘게 가야금 연주자로 이끌어온 교과서였다.
이번 연주회에서 김일륜은 각 산조의 유파별 개성이 섞이지 않고 각기 다르게 펼치고 뭉치는 기승전결의 묘미와 세부적인 치밀함과 밸런스를 보여줄 예정이다.
19세기부터 기악독주곡으로 연주되기 시작한 가야금산조의 여섯바탕을 모두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이번 공연을 통해, 김일륜은 가야금을 전공하는 후학들에게 마중물이 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힘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장구 연주자 이태백 목원대학교 교수가 함께 호흡을 맞춘다. 김일륜 교수의 대학 동기이자, 그가 숙명여대 재직할 때 함께 했던 동료인 송혜진 숙명여대 교수가 해설을 맡아 진행한다.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인 김일륜은 25회의 독주회를 통해 전통과 창작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주 세계를 구축해왔다. 2022년에는 산조·정악·창작·앙상블을 망라한 12CD 전집 ‘길’을 발표한 바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