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태양광 입찰 단가는 ㎾(킬로와트)당 약 80원 수준이고, 육상풍력 단가는 169원 수준이다. 이를 150원 이하로 낮추는 로드맵을 짜고 있다. "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던진 말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자칫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답이다. 발언의 정책 비전은 원대했지만, 근거가 되는 수치는 오류로 출발했다. 간담회 다음 날 기후부는 실제 태양광 입찰단가를 150원대, 육상풍력은 160원대로 수정을 요청했다. 기사 공개를 불과 1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
부처의 수장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가격 데이터조차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는 건 불안하다. 기초 설계값이 틀린 채로 세워진 로드맵의 종착지는 목표 지점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단순 실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줄곧 신재생 기반 '에너지 전환'을 주장해온 김 장관의 발언이기에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수치의 부정확성은 '작은 실수'가 아니다. 특히, 공론화 과정에서 산업계와 형평을 조율하고, 주민 반발을 해소해야 하는 자리에서 수치는 '정책의 언어'이자 '신뢰의 단위'다. 단가가 80원에서 150원이 되는 순간 투자의 경제성은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리고, 169원이 160원대가 되는 순간 문장은 전혀 다른 맥락 속에서 읽힐 수 있다.
부처 수장이 이를 헷갈리면, 그것은 개인의 기억 오류가 아니라 '조직의 데이터 사령탑 부재'를 드러낸다. 장관이 수치를 틀렸다는 건, 그 숫자를 검증하고 업데이트하고, 정책 문장마다 정확히 밀어 넣어주는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체계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산업계의 수익성, 송전망 투자 편익의 형평성 등 세밀한 정책 결정에 있어 위험 요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의 신뢰는 '철학의 웅변'에서 오지 않는다. 정확한 데이터의 정합성과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의 일관성에서 온다. 국민의 지갑에 직결되는 전기요금, 산업계 경쟁력이 갈리는 재생에너지 단가, 주민 수용성을 결정하는 보상 규모 등 정책 상황에서 정부의 언어는 정확한 수치에 기반해야 한다.
김 장관은 철학을 말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그리고 세 번째 문명으로 탈탄소의 시대를 언급했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건 우주의 시작이 아니다. '전기요금이 오를 것인가, 얼마에 전기를 구매해 얼마에 팔 것인가, 보상은 공정한가' 같은 현실적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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