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화성에서, 돈은 종로로… 10월 빌딩시장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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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는 화성에서, 돈은 종로로… 10월 빌딩시장 온도차
전월 대비 거래량 16.2%·거래금액 37.4% 동반 하락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 '임대' 문구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금리 인하를 기다리던 빌딩 시장이 10월 들어 갑자기 속도를 늦췄다.

2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전국에서 손바뀜 된 상업·업무용 빌딩은 1029건. 9월보다 16.2% 줄며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거래금액은 더 극적으로 식었다. 5조8096억원에서 3조6357억원으로 37.4% 증발했다.

◆거래 줄었는데… ‘법인 간 거래’만 돈이 몰렸다

10월 매도자 중 82.3%가 개인이었다. 하지만 돈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전체 거래금액의 절반(47.6%)이 법인과 법인 간 거래에서 나왔다.

겉으로는 개인이 활발해 보였지만, 실제 큰 금액이 오간 무대는 ‘법인 테이블’이었다는 뜻이다.

◆17개 시도 중 세종은 ‘0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 한 달

지역별 흐름은 더 극적이다. 세종은 10월 내내 단 한 건의 거래도 없었다. 9월에는 두 건이 있었지만 한 달 만에 ‘완전 정지’ 상태로 내려앉았다.

반면 충북·대구·인천 등 일부 지역은 ‘미세한 온기’를 보였다. 특히 제주도는 거래금액이 59.6%나 뛰어오르며 10월의 의외의 승자가 됐다.

◆거래량 1위는 화성시… 돈은 종로구로

10월 시군구별 흐름은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거래량 1위는 경기도 화성시(26건)이었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고 신규 상권 개발이 활발한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도권 외곽에서 중소 규모 빌딩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며 ‘손 바뀜’ 자체는 화성 등 외곽 지역이 주도했다.

거래금액 1위는 서울 종로구(7706억원)로, 단 한 달 동안 화성시 전체 거래액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규모다. 도심 핵심 입지의 대형 빌딩?대표적으로 7193억원에 거래된 흥국생명빌딩?이 시장의 ‘큰손’ 자본을 빨아들인 셈이다.

즉, 거래는 외곽에서 많이 일어났지만, 자본은 결국 서울 중심부의 대표 자산으로 집중되는 양상이 한눈에 확인된 셈이다.

거래는 수도권 외곽에서 활발했지만, 큰 돈은 결국 다시 도심의 핵심 빌딩으로 향했다.

이달 최고가 거래는 종로구 사직동의 흥국생명빌딩(7193억원)이 차지했다.

성동구 마장동 근린시설(5055억원), 서초동 업무시설 등이 뒤를 이었다.

◆‘기다림의 시장’… 옥석 가리기는 더 치열해진다

10월은 시장 전체가 집단적으로 숨을 고른 한 달이었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은 한발 물러섰고, 거래량과 금액 모두 뚜렷하게 감소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지금은 변동성이 큰 시기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더 신중해지고 있다”며 “입지와 자산 가치 중심의 옥석 가리기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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