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5'의 가장 큰 흐름은 '인공지능(AI) 홈' 솔루션이다. 가전제품에 적용되는 신기술이 단순한 자동화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알아서 움직이고 맞춰주는' 지능적 서비스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AI 기술과 맞춤형 가전으로 구성된 '모듈러 주택'을 선보였고, LG전자는 집과 모빌리티를 넘나드는 '슈필라움' 등 솔루션 확장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5~9일(현지시간) IFA 2025가 진행되는 메세 베를린에서 차세대 주거 모델로 주목받는 모듈러 건축에 AI 홈을 적용한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을 선보였다. 218㎡(약 66평) 규모의 일반 주택 형태를 갖춘 모듈러 건축물에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 체험관을 조성한 것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스마트 도어락과 AI CCTV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한 보안 솔루션을 만나볼 수 있다. 거실과 주방에는 다양한 빌트인 가전과 조명·센서 등이 연결돼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이 구현돼 있었다. 빌트인 가전들은 입주할 때 등록 과정만 거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듈러 건축에 최적화된 가정용 히트펌프가 고효율 냉난방을 제공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박찬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집 전체가 '가전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집을 사면 모든 게 연결된 상태로, 삼성 스마트싱스를 통해 연동된 상태에서 입주만 하면 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을 비롯한 협력사가 모듈러 주택을 제조하면 삼성전자의 맞춤형 가전이 배치되는 수순이다.

삼성전자는 'AI 홈'을 적용한 모듈러 주택이 상용화할 경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넷 제로 홈'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상업성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실에 출근하기 전 공조·컴퓨터 등을 미리 실행하고, 매장의 기기들을 손쉽게 통제하는 등 AI 통합 관제 시스템의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스마트싱스 앱의 AI 절약 모드를 사용하면 집이 알아서 가전·공조 제품의 에너지를 절감하는데, 유럽에 공급되는 삼성 드럼세탁기의 경우 최대 70%까지 절감한다"며 "이번 IFA를 기점으로 모듈러 건축에 AI 홈 기술을 더한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을 본격 상용화하겠다"고 했다.

LG전자 역시 'AI 홈'을 통해 집과 모빌리티, 상업 공간을 넘나드는 솔루션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노범준 LG전자 HS사업본부 AI 홈 솔루션 담당(상무)은 "AI 홈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지능적 판단과 실행을 통해 삶의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AI 홈의 최종적인 모습은 고객의 데이터가 계속 축적돼 초개인화 솔루션으로 진화된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LG 씽큐 온' 허브를 기반으로 ▲대화로 제어하는 '반응형' ▲먼저 알아채고 움직이는 '상황 인식형' ▲사용자 환경에 맞춘 공간 솔루션인 '판단형'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기기를 스스로 조율하는 '자율형' 등 4단계에 걸쳐 AI 홈 생태계를 빠르게 진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AI 홈은 가전 기기들의 본원적 기능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특정 브랜드에 한정되지 않고 '솔루션'으로서 확장될 전망이다. 다양한 업체들의 가전이 하나의 허브로 연결되고 제품 간 상호작용이 가능케 되는 것이다. 나아가 LG전자는 집을 넘어 모빌리티, 상업 공간 등으로도 AI 홈 생태계가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슈필라움', 삼성전자의 '스마트 홈 모듈러 주택'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전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나를 위해 맞춰주는 'AI 홈'은 예상보다 빠르게 실생활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스는 AI 기반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를 지난해 기준 153억달러로 추산했다. 연평균 21.3%씩 크게 성장해 2034년 1041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베를린(독일)=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