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파운드리 전유물서 D램으로…'하이 NA EUV' 초미세 공정 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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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파운드리 전유물서 D램으로…'하이 NA EUV' 초미세 공정 경쟁 불붙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일 메모리 업체 중 처음으로 '하이 NA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들여왔다. 지금까지는 위탁생산(파운드리) 중심의 로직 반도체에만 쓰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D램 생산 공정에 투입되면서 2㎚(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회로 경쟁이 본격화됐다.

마이크로칩 성능 높이는 노광 장비

반도체 칩에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간다. 성능을 높이려면 이 트랜지스터를 더 작고 촘촘하게 새겨야 한다. EUV 장비는 웨이퍼 위에 미세 회로를 인쇄하는 최신 기술로, 네덜란드 ASML이 전 세계에 독점 공급한다.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커지면서, EUV 장비는 고성능 D램 개발에 꼭 필요한 설비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 집적회로(IC)가 태동하던 1960년대 초반, 노광 장비는 마스크를 웨이퍼에 직접 밀착시켜 빛을 쬐는 '컨택트 리소그래피' 방식에서 출발했다. 이후 마스크 손상과 해상도 한계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와 웨이퍼를 떨어뜨려 노광하는 '프로시미티(근접) 방식', 축소 투영해 반복적으로 찍는 '스텝 앤드 리피트' 방식이 도입되면서 산업 표준이 확립됐다.


1980~90년대 들어서는 KrF(248㎚), ArF(193㎚) 레이저를 활용한 DUV(심자외선) 장비가 본격 상용화되며 미세화 경쟁이 가속화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물을 매개로 빛을 굴절시키는 '이머전스 기술'이 더해져 45㎚ 이하 공정이 가능해졌다. 이후 더 짧은 파장이 필요해지면서 2010년대에는 EUV(13.5㎚) 장비가 상용화돼 5㎚ 이하 공정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하이 NA EUV로 초미세 공정 궤도 진입

하이 NA EUV는 EUV 리소그래피 기술 중 가장 최신 기술로, 기존 EUV 장비보다 훨씬 뛰어난 해상도와 광학 성능을 제공하는 차세대 노광 기술이다. NA(개구수)는 빛을 수집하고 초점을 맞추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하이 NA EUV는 광학 설계를 개선해 더 미세한 패턴 구현이 가능하다. 그만큼 웨이퍼당 칩 생산량이 늘고, 전력 효율과 성능도 개선된다. ASML에 따르면 기존 EUV 대비 40% 개선된 광학 성능으로 1.7배 더 정밀한 회로 형성, 2.9배 높은 집적도를 구현할 수 있다.


하이 NA EUV는 먼저 파운드리 업체들이 연구개발(R&D)에 활용해왔다. 인텔은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 연구개발 센터에 반도체 업계 최초로 이 장비를 설치했다. 인텔은 당시 ASML이 한 해 생산할 수 있는 장비 5~6대가량을 선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올해 3월 국내 업계 중 처음으로 화성캠퍼스 2㎚ 이하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 이 장비를 배치했다. TSMC도 최근 해당 장비를 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메모리 업체인 SK하이닉스도 장비를 도입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도입한 장비는 '양산용'으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장비 용도를 양산용과 연구용으로 구분하고 있다.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업체들이 도입한 장비는 연구개발용 제품이지만, 모두 제품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상황이다.


D램 경쟁 속 장비 도입 속도전, 문제는 가격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EUV 장비를 확보하는 것은 차세대 D램 주도권 경쟁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38.7%, 삼성전자 32.7%, 마이크론 22.0% 순이다.


다만 EUV 도입이 곧 기술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텔은 가장 먼저 하이 NA EUV 장비를 확보했지만, 파운드리 7나노 공정에서 수율 저하 문제를 겪은 바 있다. 여기에 장비 가격이 대당 약 5000억원에 달해 투자 부담도 크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는 최근 1.4㎚ 공정에서는 하이 NA EUV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경제성에 무게를 뒀다.


이 때문에 실제 양산 시점도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1.4㎚ 공정에서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인텔은 하이 NA EUV를 활용한 14A 공정 본격 양산은 2027년, 대량 생산은 2028년에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하이 NA EUV로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곳은 없고, 빨라도 2028년에 양산될 것"이라며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단계라 누가 주도권을 갖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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