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의사와 웹소설 작가가 현대 의학의 눈으로 조망한 ‘생로병사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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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 의사와 웹소설 작가가 현대 의학의 눈으로 조망한 ‘생로병사 삼국지’
생로병사 삼국지/유수연· 정미현/에이도스/1만7000원
명작 삼국지(三國志)의 독자라면 한 번쯤 여몽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더불어 관우가 마취 없이 어깨 수술을 받았다는 사서의 기록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삼국지 마니아인 신경과 의사와 웹소설 작가가 현대 의학의 눈으로 바라본 삼국지에 등장하는 속 여몽, 관우, 조조, 원소, 종요 등 15인의 생로병사를 다운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들은 그간의 삼국지 관련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스토리텔링으로 삼국지속 영웅들을 현대 의학의 눈으로 다시 조망한다. 삼국 영웅들의 일생을 ‘생로병사’로 풀어낸 신개념 역사 인문서라 할 수 있다.

유수연· 정미현/에이도스/1만7000원 “여몽이 가족성 위암일 근거로 이렇게 가족 전체가 원인이 확실하게 기술되지 않은 요인으로 이르게 사망했다면, 위암 발생 유전자가 있어서 여몽뿐만 아니라 그 아들들도 위암이 발생하고 빠르게 진행하여 사망했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여몽이 21세기 한국에 살았다면,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일찍 치료받아 완치 후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 현대의학이 삼국지 속에 개입했을 때 그 흐름을 바꾸었을지도 모를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여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관우가 마취 없이 수술받은 것은 정사에도 기록된 사실이지만, 집도의는 화타가 아니었습니다. 조조의 머리를 쪼개려 했다는 것은 정사 및 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나관중이 지어낸 이야기고요. 화타는 고대 중국의 의사라는 시대적 한계를 넘어선 의학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의사로서 자기 나름의 철학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저자들은 삼국지 속 인물들의 삶에 의학적 해석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갖다 대면서 영웅들의 삶과 죽음을 다채롭게 이해하는 길을 연다. 정치 역학과 전쟁, 사회문화적 배경은 물론 식생활, 성격,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소들을 추적하며 삼국지 속 영웅들을 입체적으로 조망함으로써 삼국지를 읽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생로병사 삼국지’를 펴낸 신경과 의사 유수연. 저자 유수연은 “역사의 기록에 의학이라는 도구를 빌려 오래된 영웅들의 마지막을 더 가깝고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영웅으로 불리던 장수와 책략가라고 불리던 현자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결국 병들고 쇠약해지며 죽음을 맞이했다. 영웅들도 생로병사를 겪을 수밖에 없는 하나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출간 동기를 설명했다.

‘생로병사 삼국지’의 공동저자 웹소설 작가 정미연. 유수연은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이대목동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의를 수료한 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상강사와 계명의대 신경과 부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서울의료원 신경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의사가 읽어주는 그리스 로마신화’,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 ‘영화관에 간 의사’ 등을 집필했다. 공동 저자 정미현은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기자 겸 리포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동양 로맨스 장르의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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