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40여년 전부터 장애인의 권리 가운데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장애인은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는 것이었다. 사실 ART는 기술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따라서 예술이라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예술인이고 그 예술인에게 장애가 있으면 장애예술인인데 그들은 예술로 먹고살기를 원한다.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 그래서 장애예술인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2012년 정부나 국회에 가서 장애인예술 정책의 필요성을 제안하면 해외 장애인예술 사례를 갖고 오라고 했다. 그때 가장 많이 활용한 사례는 일본이었다. 일본은 1970년대 중반에 이미 장애인예술이 활성화되어 있었다. 최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10주년 기념행사로 개최한 ‘장애인문화예술 동아시아 포럼’에 발제자로 일본에서 김만리 라는 예술인이 왔었다. 그녀는 한국 교포2세이며 소아마비로 인한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무용수이고 안무가이면서 장애인무용단체인 ‘타이헨’을 42년 동안 운영한 장애인무용의 창시자이자 일본 무용계의 레전드이다.
그녀는 몸의 형체가 그대로 러나는 전신 타이즈 의상을 입고, 무대 바닥에 몸을 밀착시킨 상태로 춤 동작을 연출하는데, 무대를 두 다리로 뛰어다니면서 추는 춤보다는 바닥에 누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이 압도적인 예술로 표현된다.
객석의 관객들도 눈높이를 낯춰서 춤을 관찰하면 인간이 목도할 수 있는 최전선의 예술을 감상하게 된다고 김만리 선생은 말했다. 정리하면 장애의 몸으로 표현된 춤은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만리 선생은 장애인예술을 감상하면서 장애인의 노력을 칭찬해서는 안 되고, 인류 최고봉의 창조를 목격했다는 예술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장애인예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장애예술인들은 힘찬 박수로 그녀의 예술철학에 동의했다. 장애예술인들이 원하는 장애인예술의 관점을 정확히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장애·비장애 예술이 다르지 않다고만 말했지, 장애인예술이 예술 표현의 극치라는 생각을 감히 입밖으로 내놓지 못했다.
바로 이런 가치 때문에 최근 유엔총회 인권이사회 내에 장애인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144개국 당사국 회의가 구성됐.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외교부에 한국의 가입을 요청하는 과정을 거치면 우리도 유엔 기구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장애인예술을 논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 그래야 K-컬쳐로 대변되는 문화강국으로서의 이미지가 공고해질 것이다.
장애인예술을 미국은 매우 특별한 예술(Vest Special Arts), 일본은 가능성의 예술(Able Art), 영국은 한계 없는 예술(Unlimited Arts)로 칭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본원 부설로 2023년 모두예술극장, 2024년 모두미술공간을 개관하면서 ‘모두의 예술’이란 가치를 세우고 있다. 모두의 예술은 특별함이나 가능성 그리고 한계 없음을 뛰어넘는 최고의 가치이다. 어떠한 차별도 존재할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아름다운 세계관이다. 이제 모두의 예술은 전 세계의 가치로 확산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의 장애인예술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방귀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