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소액주주 돈 묶인 사이…서희건설, 남의 주식으로 '돈놀이'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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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소액주주 돈 묶인 사이…서희건설, 남의 주식으로 '돈놀이' 매진

현직 임원의 횡령 혐의로 주식거래가 정지된 서희건설이 본업인 건설업의 위기를 금융투자로 돌파하려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봉관 회장의 세 딸이 주도하는 투자 전략 아래, 외부 종목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희건설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서희건설의 영업이익은 283억 원, 금융수익은 219억 원이다. 금융수익이 영업이익에 육박했다. 1∼3분기 누적 금융수익은 491억 원으로, 전년 동기(231억 원) 대비 11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22억원에서 1183억원으로 31.3%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영업외 수익인 금융수익이 회사 재무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서희건설이 보유한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은 3분기 말 기준 2597억이다. 자본총계(1조406억원)의 약 25%에 달한다. 회사 자체적으로 역대 최대이며, 건설사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전분기인 2분기(2279억 원) 대비 14.0% 증가했다. 상장주식이 946억 원에서 1236억 원으로 30.7% 늘었고, 집합투자증권은 714억 원에서 742억 원으로 3.9% 증가했다. 비유동 지분증권은 619억 원으로 동일하게 유지됐다.


전체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상장 주식은 테슬라(291억 원), 팔란티어(242억 원), 삼성전자(194억 원) 등이 주력 종목이다. 3분기 중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량 매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3만2359주를 매수하며 새롭게 편입했고, 테슬라와 팔란티어는 비중을 유지하며 전체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1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매도, 삼성전자 신규 편입 등의 전략은 웬만한 자산운용사 못지않은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3분기에 하이닉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라는 인식이 있었던 삼성전자 편입으로 수익을 최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서희건설은 2020년쯤부터 시장 트렌드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하며 실적을 끌어올려왔다. 이 같은 자산운용은 이봉관 회장의 세 딸인 이은희 부사장, 이성희 재무본부장, 이도희 전략경영실장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 중이다. 특히 이들 중 막내딸 이도희 씨가 투자운용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직 서희건설 관계자는 "과거 운용을 맡았던 사내 주식 전문가가 퇴사하면서, 셋째 딸이 사실상 운용 전권을 위임받아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사내에서도 '건설사라기보다 투자회사 같다'는 말이 많았다"고 했다.

반면 건설 본업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서희건설은 전체 수주의 90% 이상을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의 제도 개편 예고로 인해 향후 불확실성이 크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보증 규모는 1조 3706억 원에 달하며, 인허가 지연과 분양성 악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변동될 수 있는 구조다.


서희건설이 주식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정작 자기 회사는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8월 서희건설이 현직 임원의 13억7500만원 상당 횡령 혐의를 인정하는 공시를 내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고가 목걸이 제공 의혹으로 특검 수사까지 받게 되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고 주식 매매를 정지시켰다. 3개월이 지난 현재도 서희건설 주가는 1623원에 멈춰있다.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거래정지 상태에 갇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서희건설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2만5000명 수준이며 이들이 보유한 지분의 비중은 전체의 21%에 달한다. 토스증권 종목토론방에는 서희건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매일 같이 쏟아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이 회사는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조합원들의 돈도 많이 먹은 회사"라며 "조합원과 주주 모두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주는 "한두 현장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비리가 터진 것"이라며 "건설경기 탓만 할 게 아니라 결국 눈먼 이익만 좇다가 터질 게 터진 회사"라고 했다.


한편 서희건설의 상장폐지 사유 해소를 위한 개선기간은 내년 4월 17일까지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서희건설의 개선계획서를 접수받아 심사 중이며, 향후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업의 재무 상태나 감사 결과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며, 만약 개선된 내용이 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확정된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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