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X는 189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기구로, 식품의 안전성과 공정무역을 위한 국제 기준을 제정한다. 이 기준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유일한 식품 규범이자, 각국의 수출입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라, 세계 식품 기준의 방향 설정이라는 항해의 선장 역할을 하는 자리다.
박유헌 동국대학교 식품생공학과 교수 가공과채류분과위원회는 과일·채소를 원료로 한 통조림, 절임, 건조 제품 등 전 세계 식품산업의 기초를 다루는 핵심 분과이며, 김치, 고추장, 인삼 제품, 식혜, 곶감 등 한국의 대표적인 가공식품이 포함된 분야이기도 하다. 이번 선임을 통해 우리나라는 한국 식품의 우수성과 위생 관리 역량을 국제무대에서 입증함과 동시에, 향후 세계 식품 규범을 주도할 발판을 마련했다.
1971년 CODEX 가입 이후, 대한민국은 꾸준히 국제 기준 제정 과정에 참여해 왔다. 특히 최근 식품첨가물분과위원회와 항생제내성특별위원회를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러한 경험과 신뢰가 이번 의장국 선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결정은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첫째, 국제 발언권의 확대다. 의장국은 회의 의제를 제안하고, 논의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은 세계 식품 규범 논의의 중심에서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둘째, K푸드 수출 경쟁력의 강화다. CODEX 기준은 사실상 세계 교역의 공용 언어다. 김치와 인삼처럼 국제 규격이 제정된 품목은 실제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번 선임으로 고구마, 감, 식혜 등 다양한 한식 가공식품의 기준 제정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셋째, 식품 외교의 확장이다. 한국이 식품안전과 품질관리 분야에서 국제 협력 모델을 주도함으로써,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식품 기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가공과채류분과에는 21개의 국제 규격과 8개의 지침·위생실행규범이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이를 기반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식문화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국제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논의가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를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세계 식품산업은 이제 ‘맛의 경쟁’을 넘어 ‘기준의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CODEX 의장국 선임은 그 무대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K푸드는 세계로 수출되는 제품을 넘어, 세계가 기준으로 삼는 식품이 되었다. 이번 성취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식품안전 선도국으로, 그리고 지속 가능한 식문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박유헌 동국대학교 식품생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