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자 진술 없이…3년 6개월→1년 6개월, 대폭 감경한 ‘중등 농구 폭력 사태’ 결국 또 ‘재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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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해자 진술 없이…3년 6개월→1년 6개월, 대폭 감경한 ‘중등 농구 폭력 사태’ 결국 또 ‘재심’으로
사진=뉴시스 피해자 진술도 없이 재심을 통해 징계 수위를 낮춘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대한체육회로부터 반려당했다. 절차를 무시한 농구협회의 부실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취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지난 8월 중고농구 현장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의 징계 감경 건을 심의했다. 그 결과 피해자의 진술권이 확보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해 다시 심의하라는 요구와 함께 농구협회로 돌려보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농구 경기 도중 휘두른 주먹질, 명백한 가격 행위였다. 사건은 지난 8월 강원도 양구서 열린 한국중고농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중등부 경기에서 일어났다. 리바운드 경합 도중 A선수가 상대 선수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피해 학생은 그대로 쓰러졌고,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눈 위를 5바늘 꿰맨 가운데 안와골절 진단도 받았다.

중고농구연맹은 직후 징계위원회 논의를 거쳐 A선수에게 출전 정지 3년6개월 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뒤 징계 기간이 2년이나 줄었다. 상위 단체인 농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지난달 징계를 1년6개월로 감경했다. 당시 농구협회 관계자는 “1년 6개월로도 선수 생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폭력을 반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 소속 학교의 탄원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해자의 진술만으로 징계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심의 과정에서 피해 학생의 진술이 빠졌다. A선수 측 자료와 진술은 충분히 반영됐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피해 학생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지적한 부분이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제45조 4항에 따르면 ‘종목위원회, 시·도위원회 또는 위원회는 징계혐의자 및 관련 당사자에게 진술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다만, 해당자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강조해 온 무관용 원칙에도 어긋나는 판단이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감경 결정 직후 선제적으로 농구협회에 자료를 요청, 재검토에 착수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지난 4월 폭력 등에 대한 강경 대응을 원칙으로 정하면서 규정 수위를 다 상향 조정했다”며 “이번 사건 역시 폭력인 만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더 세심하게 살펴봤다. 어떤 결론을 내릴지 끝까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농구협회 공정위가 노력하지 않았다고 볼 순 없다. 한 사람의 미래가 걸린 만큼 고심한 것도 사실이다. 첫 회의서 위원들 사이의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핑계가 될 수 없다. 피해 선수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 내린 판단은 잘못된 과정이다.

어떤 결정도 완벽할 순 없다. 그러나 절차가 한쪽의 목소리만을 반영한다면 억울함은 반복되고 제도적 신뢰는 흔들린다. 이번 재심은 무너진 균형을 다시 세울 마지막 기회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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