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특히 해외 생산자나 공급업체로부터 직접 물건을 들여와 유통비를 절감하고,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을 제공해 오던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등 오프라인 판매 채널들이 장기화한 고환율 사태를 방어하는데 전략을 쏟는 모습이다.

26일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12.4로 2017년 11월(113.9)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이 확대된 가운데 내수부진까지 덮친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문제는 원화 가치 하락이다. 외환 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4일 1477.1원까지 치솟았다. 원화 가치는 지난 4월9일(1481.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오프라인 판매 채널도 비상이 걸렸다. 특가 상품으로 축산물과 수산물, 과일 등 수입산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대형마트들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는 통합매입과 원산지 다변화, 품목별 관세 대응 등을 통해 고환율 방어에 나섰다. 세부적으로 이마트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기업형 슈퍼마켓(SSM) 에브리데이 등 3개 사업부에서 통합매입 정책을 운영하면서 대량으로 물량을 주문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한다. 아몬드와 냉동 과일, 올리브유 등 주요 원물은 1년 치를 수매 계약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수입육은 환율 상승에 민감한 냉장육 대신 냉동육 상품군을 확대하는 전략을 쓴다. 상대적으로 환율이 낮은 시기, 5~6개월 치 물량을 미리 확보한 뒤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 수입 냉장육은 기존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뿐 아니라 아일랜드산을 신규 운영하는 등 산지 다변화도 검토하고 있다.
과일 중에서는 바나나의 경우 에콰도르, 베트남, 필리핀, 페루 등 산지를 다양화하면서 개별 국가 관세나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밖에 의류 부문에서도 자체브랜드(PB)를 포함한 상품을 기존 주요 생산지인 중국·베트남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방글라데시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축산과 수산, 과일 등 품목에 맞춰 대응책을 모색했다. 축산에서는 현재 냉장 90%, 냉동 10%인 돈육 판매 비중을 조절해 환율에 따른 가격 리스크(위험)가 큰 냉장육 물량을 줄이고 비축이 가능한 냉동육을 확대한다. 수입 수산물 중에서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연간 단위로 장기계약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또 페루·에콰도르산 흰다리새우는 시세가 낮을 때 선제적으로 물량을 계약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일류에서는 베트남 바나나를 연간 단위로 대량 수급해 가격 변동 폭을 제한하고, 딸기와 복숭아 등 국산 제철 과일 비중을 확대하면서 환율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오르는 점을 고려해 지난 7월 호주산 소고기 매입량을 전년 대비 약 20% 확대했다. 또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칠레에 연어 지정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지정 양식장의 경우 사전 계약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환율 영향을 덜 받고, 고환율 시기에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연어를 들여올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 롯데마트는 1000여t에 달하는 연어 원물을 사전 계약해 국제 시세 대비 최대 15% 저렴하게 수입하고 있다.

이 밖에 수입산 쿠키나 초콜릿류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상품들은 해외 직소싱 상품군을 운영하는 편의점 업계도 수입국을 다변화하거나 물량을 확대하며 가격 방어에 나섰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대금 지급까지 최대 3개월가량 여유가 있고, 환율 변동을 고려해 사전에 물량을 비축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면서도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하는지 여부를 지켜본 뒤 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입 신선 제품의 판매가는 단순히 환율 변동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수요와 공급 추세나 다른 복합적인 요인들이 함께 적용된다"며 "고환율 영향이 당장 판매가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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