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사장)는 인공지능(AI) 철학으로 내세운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에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대해서는 혁신성으로 경쟁하되, 합작개발 등 협력을 확대하는 '투 트랙' 대응 구상을 내놨다.
조주완 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5' LG전자 전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그는 "AI 홈은 기술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고객에게 주는 경험의 싸움이 관건일 것"이라며 "편리함을 추구하는 수천만 가지 영역에서 특정한 파트를 정해 아주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고객들이 AI에 대해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 적용 범위를 광범위하게 늘리기보다, 예컨대 세탁 시 사용자의 불편을 더는 등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LG전자가 내세운 공감지능 철학의 포지셔닝이다.
한국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기술로서 경쟁하되,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을 선택하는 것이 LG전자에 현명한 결과를 가져올 거란 전략이다.
LG전자는 최근 원가 경쟁력이 높은 중국 업체들과 손잡고 합작개발생산(JDM)이라는 승부수를 택했다. 최근 유럽 시장에서 중국 가전업체와 60만원대 초저가 냉장고·세탁기 등을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JDM 사업성이 검증되는 대로 에어컨·건조기 등으로 품목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부품업체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거란 게 조 CEO의 판단이다.
조 CEO는 "당분간 일부 영역에 대해서는 중국과 경쟁의 관점, 협력의 관점 등을 동시에 봐야 한다"며 "모든 나라가 중국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는데, 우리 혼자만 스스로 커 극복하겠다고 하는 건 오만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활용하면 LG전자의 퀄리티와 DNA가 안 느껴질 수 있지만, JDM을 통하면 LG전자다운 뉘앙스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적으로는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부품·장비 사업,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사업 등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매출과 이익을 함께 키우는 구조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CEO는 지난 2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들과 네옴시티 데이터센터 관련 냉각 솔루션 공급 업무협약(MOU)을 맺고 온 바 있다. 향후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B2B 유망 분야로 전장 사업을 강조하며 "LG전자 전장 사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 분야에서 7~8%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B2B, 플랫폼 비즈니스 등 비(非) 하드웨어(Non-HW), 구독, 소비자 직접 판매(D2C) 등 질적 성장 영역이 전사 매출의 50%, 영업이익의 80%에 육박한다"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와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이 RGB TV를 IFA 무대에 출시한 데 대해 "LG전자도 RGB TV를 내놓을 것"이라며 "조금 더 좋은 사양을 갖추고 이르면 내년 초쯤 출시를 예상한다"고 했다.
우주항공 사업에 관한 물음에는 "텔레메틱스 분야는 LG전자가 세계 1위이며, 보유하고 있는 통신 관련 표준특허도 글로벌 최상위권"이라며 "LG전자가 보유한 기술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인 만큼 LG이노텍 등 그룹사와 협력해 사업화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독일)=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