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한 ‘위키드: 포 굿’(사진·존 추 감독)은 지난해 개봉한 전편 ‘위키드’의 후속작. 원작 뮤지컬의 2막에 해당한다. 전편이 상반된 성향의 ‘엘파바’(신시아 이리보)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따라갔다면, 속편은 두 인물의 운명이 갈라진 이후 전개되는 긴장과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전작보다 영화 분위기는 한층 짙고 무겁다. 마법사(제프 골드블룸)와 시즈 대학 총장 마담 모리블(양자경)은 권력을 앞세워 엘파바를 사악한 서쪽 마녀, 글린다를 착한(good) 마녀로 규정하며 여론을 장악한다. 한때 인간과 동등한 권리와 언어 능력을 가졌던 오즈의 동물들은 말을 잃고 갇히거나 오즈를 떠난다. 엘파바가 “이건 내가 알던 오즈가 아니야”라며 탄식하는 이유다.
영화는 뮤지컬 대표 넘버를 충실히 따르며 감정선을 강화한다. ‘포 굿’에서는 엇갈린 운명 속에서도 끊어지지 않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이 섬세하게 표현된다. ‘비극의 시작(No Good Deed)’에서는 엘파바가 오즈에 ‘악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그 역할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원작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는 글린다의 솔로 넘버 ‘버블 속 소녀(The Girl in the Bubble)’ 등을 새롭게 작곡해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잘 알려졌듯 위키드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관을 확장한 프리퀄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캔자스의 오두막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오즈로 날아오는 장면을 비롯해 겁쟁이 사자와 양철나무꾼 등 ‘오즈의 마법사’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기원 서사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편에 ‘파퓰러’ 등 대표 넘버가 몰려 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작품의 넘버가 상대적으로 힘이 덜하고 뮤지컬 영화 특유의 ‘흥’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원작 뮤지컬에서도 2막이 1막만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엘파바와 글린다가 눈을 맞춘 채 화음을 이어가는 장면, “사랑해(I love you)”라는 대사가 주는 감정적 요동은 여운을 남긴다. 두 사람이 재회할 수 있을지 등 열린 결말이 남긴 질문들은 작품의 메시지를 확장한다.
이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