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박을 車 단열재로…’ 전북대, 부품 기업에 기술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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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박을 車 단열재로…’ 전북대, 부품 기업에 기술이전
폐기물로 버려지던 커피박(찌꺼기)이 전기차용 고성능 단열재로 변신할 기반이 마련됐다. 전북대학교 연구진이 커피박의 미세 구조가 지닌 단열 메커니즘을 규명해 친환경 단열재 기술로 발전시키고, 이 기술이 기업에 이전돼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5일 전북대에 따르면 대학원 김성륜 교수팀(탄소융복합재료공학과)이 커피박을 일정 온도에서 탄화시키면 0.04W/m·K 수준의 낮은 열전도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실험적 근거를 확보했다. 또한 유해 용매를 쓰지 않는 친환경 제조 공정과 단열 성능을 강화하는 다공성 필러 복합화 기술을 개발해 폐 바이오매스 기반 신소재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25일 전북대학교에서 손정민 산학협력단장(가운데)과 정종균 부경하이텍 대표(왼쪽 네 번째)이 커피박 단열재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뒤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이 기술은 건축 단열재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주변 단열, 차량 내장재, 경량 단열 부품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아 국내외 산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커피를 추출하고 남는 찌꺼기를 단열재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진은 커피박이 고온에서 탄화되면 미세한 구멍(다공성 구조)이 촘촘히 형성돼 열이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다공성 탄소 구조는 열전도율을 낮추고, 공기층을 가두어 단열 성능을 높인다. 연구진은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생분해성·친환경 공정으로 제조할 수 있는 단열재 기술로 완성했다.

이번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지원의 ‘K-카본 플래그십 기술개발 사업’ 등을 통해 도출된 연구개발 성과다.

이는 곧바로 기업의 상용화 추진으로 이어졌다. 전북대 산학협력단은 이날 지역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인 부경하이텍과 1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부경하이텍은 2022년 전북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설립된 기업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강화에 대응한 바이오 기반 친환경 신소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기업은 이번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용 기능성 단열 부품과 경량 단열 내장재, 차체 열안정화 소재 등을 개발하는 차세대 제품 전략을 추진한다.

양 기관은 향후 △단열재 구조·성능 실증 △경량 부품 공동 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 수립 등 후속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성륜 교수는 “커피박 기반 단열재가 실제 자동차 산업에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건축, 에너지,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로 응용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해당 기술 특허의 지분 20%를 보유한 김성진 박사과정생은 “학생 신분에서 시작한 연구가 산업적 성과로 이어져 큰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손정민 산학협력단장은 “지역 대학 기술이 지역 기업 신사업으로 연결되는 대표적 산학협력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정종균 부경하이텍 대표는 “하계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제조 역량과 결합해 시장 경쟁력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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