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대전환]②초고압 송전부터 배전반·직류 장비까지…전력망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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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대전환]②초고압 송전부터 배전반·직류 장비까지…전력망 패러다임 전환
편집자주전력산업이 자동차, 반도체 이어 우리 산업의 효자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은 오랫동안 산업 분야에선 '조력자' 역할에만 그쳤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해외에서도 찾는 K산업의 주역이 된 것이다.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4사가 확보한 일감만 33조원 어치다. 수출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성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력업계의 관심은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확보하냐에 쏠렸다. 보다 효율적인 송전을 위해 직류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게 핵심과제가 됐다. 전력산업 대전환을 위해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를 짚었다.

전기가 발전소에서 만들어져 가정과 기업, 데이터센터까지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전력기기가 정교하게 맞물려 움직인다. 단계마다 전압을 올리고 내리는 변압기, 전류를 끊어주는 차단기, 전력을 배분하는 배전반,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보호·계측장비가 촘촘하게 배치돼 전력망 안정성을 유지한다.


최근에는 전력 수요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고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전력 흐름이 기존보다 더 복잡해졌다. 여기에 교류(AC) 중심이던 전력 인프라에 직류(DC) 배전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전력기기 생태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력 업계는 이 변화를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니라 '전력망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본다. 초고압 송전부터 배전반과 직류 기반 장비까지 전력망의 거의 모든 층위에서 동시에 확장이 일어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송전에서 소비까지… 단계별로 쓰이는 전력기기

전기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뒤 가장 먼저 송전 변전소에서 초고압(345~765㎸)으로 승압된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전압이 낮아 멀리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첫 관문에서 전압을 수십 배로 높이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장비가 '초고압 변압기'다. 수십t 무게와 수십억 원 가격에 달하는 전력망 최고가 장비다.


철탑을 따라 이어지는 송전선로는 이 초고압 전력을 도시와 산업단지까지 장거리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고압 환경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진공차단기(VCB), 전력퓨즈(PF), 고압 스위치기어(RMU) 등도 함께 설치된다. 이 영역은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이다.


송전선로를 따라 이동한 전기는 '배전 변전소'에서 154㎸로 한 차례 낮아지며 '중압(㎹)' 영역으로 들어선다. 이 단계부터가 실제 전력 사용처와 맞닿는 구간이다. 예전에는 송전 중심의 대형 설비 투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부지 개발과 데이터센터 유치가 늘면서 중압 배전망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배전 변전소를 거친 전력은 전봇대(전주) 변압기를 통해 22.9㎸로 낮아지고, 다시 220~380V로 변환돼 가정·기업·데이터센터로 공급된다. 이 단계는 '저압(LV)' 영역이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는 수천 개의 저압 차단기·접촉기가 투입된다. 배전반과 분전반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도 대부분 이 저압 장비들이다. 올해 들어 국내외 수주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시장이 바로 이 저압 배전기기다.


직류 시대, 새롭게 부상하는 장비들

최근 들어 직류가 주목받는 건 태양광·배터리·전기차처럼 직류 기반 장치가 늘어나는 상황도 관계가 깊다. AC 중심이던 전력망이 DC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직류 전압 변환이 어려웠지만 전력용 반도체가 발전하며 초고압직류송전(HVDC)·중전압직류송전(MVDC)·저전압직류송전(LVDC)까지 단계별 직류 송전·변환이 가능해졌다. 이준오 한국에너지공대(KENTECH·한전공대) 교수는 "HVDC는 이미 상용화됐고, MVDC는 한국이 표준화를 선도할 기회를 가진 영역"이라고 말했다.


직류 시스템 확대로 DC 차단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직류는 양극과 음극 방향이 일정해 전류가 '0'이 되는 순간이 없어서 사고 시 불꽃(아크)이 잘 꺼지지 않아 교류와 완전히 다른 고속 차단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도 DC 차단기·접촉기 등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김희태 한전공대 교수는 전력망 변화를 "복잡계로의 진입"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발전원이 쪼개지고 소비자도 발전자가 되는 시대"라며 "분산된 자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전력기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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