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인1표제’ 표결 1주일 연기… 당내 반발 격화에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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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1인1표제’ 표결 1주일 연기… 당내 반발 격화에 숨고르기
한발 물러선 정청래 대표 대의원·권리당원 똑같이 ‘1표 가치’ “숙의 없이 졸속” “대의원 무력화” 당무위·최고위 등서 비판 쏟아져 ‘당헌·당규 개정안’ 중앙위 의결 당초 28일서 내달 5일로 미뤄져 지도부선 “보완책 마련 나설 것”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1대1로 맞추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처리할 ‘최종 관문’인 중앙위원회 개최를 일주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앞서 ‘당원 주권시대’를 선언한 정청래 대표가 ‘1당원 1투표제’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졸속 추진”이라는 당내 비판이 잇따르자 결국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당 지도부는 보완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사실상 대의원제를 폐지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당내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1당원 1투표제가 담긴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28일로 예정된 후속 절차인 중앙위원회는 내달 5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당무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견을 더 듣고 보완책을 구체화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정 대표가 중앙위 일정 수정안을 직접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무위원회에서 논의될 '당원 1인 1표제' 관련한 이언주 최고위원의 제고 요청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이날 오전 당무위에서는 1인 1표제 도입과 추진 과정을 둘러싸고 격론이 오갔고, 오후에 한 차례 더 회의가 이어졌다. 당무위는 당 지도부와 전국당원대회 의장, 시·도지사, 기초자치단체장 및 광역·기초의회의원협의회 대표 등 100인 이내로 구성되는데, 대의원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취지의 개정안이 당내 숙의 없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당무위 중에는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두어 차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내년 8월 당대표 선거를 앞둔 정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졸속 추진’이라는 논란을 안고 가기엔 정 대표의 부담이 적잖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원들 사이에선 당헌·당규 개정 시점이 왜 ‘지금’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정 대표가 중앙위 연기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요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며 “대통령 순방 중 이렇게 이의가 많은 안건을 밀어붙여 당원들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는가”라고 공개 비판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 최고위원의 지적을 들은 정 대표는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한 호남권 의원도 통화에서 “대의원 표 가치를 낮추는 것은 의원들, 특히 초선 의원들의 힘을 빼는 성격도 있다”며 “제도 개혁은 시대와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데, 새 정부를 뒷받침하는 데 주력해야 할 이때 해야 할 일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당원 1인 1투표제' 관련 논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이 당초 대의원 표 가치를 높게 둔 것은 지지세가 약한 영남·강원지역 민의를 편견 없이 수렴하기 위해서였다.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 당원들이 집중된 반면, 여권 불모지나 다름없는 영남의 경우 당원 수가 적다 보니 해당 지역 민의가 당에 지나치게 축소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각 지역 민의를 고르게 받아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대의원제가 활용됐다. 여권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가는 데 중요한 도약대 역할을 한 것이 대의원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이 본인 지역구 대의원들을 ‘하부조직’처럼 활용하며 특정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하는 행태가 반복되자 “당원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행태”라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등 권리당원들의 불만이 누적돼 왔다. 이로 인해 논란 끝에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가치를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이뤄진 바 있다. 이는 정 대표 측이 이번 개정안이 이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방어 논리로 앞세우는 이유기도 하다.

결국 내달 5일로 연기된 중앙위가 정 대표의 향후 정치적 입지에 영향을 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앙위에서 개정안이 부결될 경우, 정 대표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가결이 되려면 재적 중앙위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에 당 지도부가 마련할 보완책은 대의원 역할 보완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 당무위 소속 의원은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도 당무위, 중앙위 일정을 다 정해놓고 하기로 한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숙의 과정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도부에 전달했다. 대의원의 역할을 지키는 방안으로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현·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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