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에서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불어나는 초대형 투자 수요를 기존 금융·규제 환경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놨다.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데 따라 대규모 투자를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금융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기업 하는 사람들이 '돈이 없다' 이런 이야기가 자꾸 왜곡돼서 '금산 분리를 해달라'는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기업들은 금산 분리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태껏 보지 못했던 유례없는 투자 자금들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새로운 게임에서 기업들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 경쟁이 규모와 속도의 게임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이 수천억달러 단위 투자 계획을 내놓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초대형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기업이 먼저 고지를 탈환해 리딩 기업이 되느냐, 그렇지 못하고 팔로워가 되느냐 하는 문제가 경제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너스 성장'까지 경고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는 30년 전만 해도 9.4% 성장했고 이 가운데 민간에서 8.8%p 성장 동력을 만들었다"며 "지난해 우리가 2% 성장했는데 민간이 1.5%p가 될 만큼 하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절체절명 기간을 5년으로 보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업턴으로 돌리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상당히 나락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거듭 변화를 당부했다.
필요한 변화 중 하나로 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집단 규제'가 실패했다는 쓴소리도 했다. 최 회장은 "아무도 이게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대기업의 참여가 별로 없다는 게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탈락하면 살아남은 대기업이 계속 시장을 흡수한다"며 "어떻게든 경쟁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센티브와 대기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업성장포럼은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 해소를 통한 성장사다리 복원을 목표로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등이 지난 9월 함께 만든 정책 협의체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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