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최근 시장을 뒤흔든 이른바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최고점의 숫자로 뒤덮인 호실적으로 잠재우며 AI 시장에 잠시 드리웠던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걷어냈다. 이에 따라 AI 시장은 새로운 평가를 받고 국면 역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회사의 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을 발표한 후 이어진 설명회에서 "우리는 AI 선순환 단계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미국의 유력 투자가 마이클 버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계정에 "우리는 때때로 거품(버블)을 본다"고 쓴 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버리는 당시 글을 통해 AI가 거품만 낀 채 정체돼 있는 시장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승리전략일 수도 있다"며 깎아내렸다. AI가 구체적인 방향성이 없는데도 증권가와 시장이 AI에 뜨겁게 반응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버리는 지난 13일 다시 엑스를 통해 2027년 1월 만기인 팔란티어 500만주, 같은 해 12월 만기인 엔비디아 100만주 규모 풋옵션을 계약했다고 밝혔다. 풋옵션은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버리는 팔란티어 풋옵션 행사가로 50달러, 엔비디아 행사가로 110달러를 제시했다.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두 회사의 주가가 곧 폭락할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다.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정확히 예측했던 그의 이력과 함께 이 글은 큰 관심을 받았다. 이와 같은 버리의 전망은 'AI 거품론'으로 불리며, 동조하는 전문가, 외신들도 나왔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확실한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AI 가속기, 로봇 등 AI에 관해선 거의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집합체인 엔비디아가 누락 없이 각 분야에서 고르게 높은 실적을 내면서 버리의 주장을 머쓱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순환 구조"란 표현을 황 CEO가 쓴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엔비디아는 전 분기에서 시장 전망에 다소 미치지 못했던 데이터센터 사업까지 활기를 보이면서 사상 최대 매출액을 찍었다. 3분기 전체 매출액은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 이 중 512억달러(약 75조원)를 데이터센터가 담당했다. 게임 부문은 43억달러, 전문가용 시각화 부문과 자동차·로봇공학 부문은 각각 7억6000만달러와 5억9000만달러였다. 주당 순이익(EPS)은 1.3달러로, 시장이 전망한 1.25달러를 넘어섰다.
AI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지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엔비디아와 협력하기로 했던 각종 사업에서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 부문에서 폭넓게 협력하기로 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차후 행보가 특히 주목받는다. 두 회사는 엔비디아가 구축하고자 하는 각종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대량의 메모리 제품들을 만들고 공급하는 데 힘을 쏟을 가능성이 있다. 블랙웰 등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3E, HBM4) 공급도 앞으로 더욱 활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생산능력(케파) 확장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 P5 공장 건설을 재개하고 여기에 60조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선 첨단 D램과 HBM 등 각종 차세대 메모리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세울 생산시설에 대한 자본 투입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120조원 수준에서 최근 600조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M15X 팹도 근래 장비 반입을 시작하며 고삐를 당기고 있다. 올해 안에 준공을 완료하고 내년에 가동한다는 게 SK하이닉스의 계획이다. 이외에도 삼성, SK, 현대차가 함께 협력하기로 한 AI 팩토리 구축, 네이버와의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개발 등 다른 프로젝트들도 앞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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