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인 정종환 CJ ENM 콘텐츠·글로벌 사업 총괄이 올해 들어 자사주를 잇달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에서 차세대 경영진의 '경영수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오너 일가가 주요 사업 부문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18일 정종 총괄이 장내에서 자사주 5000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6만4000원으로 총 3억2000만원 규모다. 정 총괄은 2월 첫 매입(4000주·2억2320만원)을 시작으로 5월 8000주(4억4800만원), 8월 3000주(2억2380만원)를 순차적으로 사들였다. 이번 거래로 정 총괄의 보유 지분은 총 2만주(지분율 0.09%)로 늘었으며, 올해 들어서만 12억1500만원어치를 매입한 셈이다.
CJ ENM은 최대 주주인 지주사 CJ가 보통주 878만7427주(지분율 40.07%)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39만8243주(1.82%),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실장 10만8759주(0.50%),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겸 최고콘텐츠책임자(CCO) 4만3140주(0.20%),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2만3571주(0.11%) 등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2784주(0.01%)를 갖고 있다.
이경후·이선호 남매와 이경후 실장의 배우자인 정종환 총괄까지 이어지는 '오너 라인'이 각 계열사에서 역할과 지분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내부에서는 '포스트 이재현' 시대에 대비한 경영 참여 확대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이선호 실장은 CJ제일제당에서 식품·바이오 분야 실무를 경험한 뒤 올해 지주사 CJ로 이동해 그룹 미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신사업 발굴,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 등 그룹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경후 실장은 2011년 CJ 입사 이후 2018년부터 CJ ENM 브랜드전략을 총괄해 오고 있다. 정 총괄의 자사주 매입도 이 같은 오너가의 경영 참여 강화 흐름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1980년생인 정 총괄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기술경영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시티그룹과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했다. 이재현 회장이 CJ 입사 전 시티은행에서 일했던 경력과도 겹친다. 정 총괄은 2008년 이경후 실장과 결혼했고, 2010년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해 그룹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 지난해 초 CJ ENM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글로벌 콘텐츠·유통 전략을 총괄하며 해외 사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의 일본·미국·영국 출장에도 연속 동행하며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와 유통망 확보에 기여하는 등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직접 지분을 늘린 것도 자신이 총괄하는 글로벌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시장에 보여준 행보로 해석된다.
정 총괄은 글로벌 전략·인수합병(M&A) 경험을 기반으로 그룹 내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CJ아메리카 전략기획본부장, CJ 글로벌 인티그레이션 실장, CJ 미주 본사 대표 등을 거치며 빠르게 승진했다. 2018년에는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와 DSC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며 대규모 해외 M&A 경험도 쌓았다. 현재 CJ ENM에서는 글로벌 제작 파이프라인, 해외 유통, 예능 포맷 수출 등 K콘텐츠의 해외 확장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CJ ENM 주가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8만8500원이던 주가는 올 1월 5만2900원까지 낮아졌으나 최근 6만3900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여전히 1년 5개월 전 대비 약 28% 낮은 수준이지만, 하반기 들어 콘텐츠 유통 확대, 글로벌 제작 파이프라인 강화가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CJ ENM의 실적도 개선세다. 올 3분기 매출은 1조24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늘었고, 영업이익은 176억원을 기록하며 11% 증가했다. 순이익은 79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영화·드라마 부문은 해외 유통 강화 전략의 영향으로 남미·중동 신규 시장 매출이 본격화되며 전년 대비 48.2% 증가한 37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68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CJ ENM이 2021년 92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시즌(Fifth Season)도 손실폭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 692억원, 2023년 1179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918억원으로 축소됐고, 올 3분기 손실은 352억원까지 줄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V 광고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프리미엄 작품 납품 증가와 해외 판매처 확대가 이어지며 피프스시즌의 영업손실 개선이 빨라지고 있다"며 "콘텐츠 납품이 일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이나 소폭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