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확정한 '담배 유해성분 44종' 목록에 타르가 포함되면서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소비자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타르는 수천 개 물질이 뒤섞인 혼합물로, 특정 발암물질의 농도나 실제 위해성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과거 만연했던 '저타르=덜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담배 회사들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유해 성분 목록을 최근 확정했다. 이달 초 시행된 담배유해성관리법의 후속 절차로, 담배 제조·수입·판매업자는 2년마다 정해진 성분을 검사해 제품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공개해야 한다. 일반 담배(궐련형 전자담배 포함)는 니코틴·타르·일산화탄소·벤젠 등 44종,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포름알데히드·아세트알데히드 등 20종이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모든 담배 제품은 내년 1월 이전에 지정 검사기관에 분석을 의뢰해야 한다. 신규 출시 제품의 경우 판매 개시 후 한 달 안에 검사가 의무다.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담배 유해성 정보 제공을 체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르 포함에 업계 "정책 취지와 어긋나"문제는 이번 목록에 타르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타르는 니코틴·수분을 제외한 입자상 물질의 총합을 뜻하며, 담배 종류·필터 구조·흡입 방식 등에 따라 수치 변동 폭이 크다. 특정 발암물질 함량이나 독성 강도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타르 수치는 위해 노출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소비자 오인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타르를 유해성분 목록에 포함하자 업계에서는 제도 취지와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르는 혼합물 개념인데 이를 개별 성분처럼 분류하면 소비자에게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타르는 유해성 판단 지표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은 과거 '저타르 담배가 덜 해롭다'는 인식이 고착됐던 경험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흡연자의 60% 이상이 저타르 담배를 일반 담배보다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시중에서도 "1mg은 순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정반대다. 타르 함량이 낮게 표기된 제품을 사용할수록 더 깊고 더 자주 흡입하는 '보상 흡입'이 나타나 총 유해 물질 노출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르 측정 방식의 한계도 지적된다. 필터의 미세 천공(구멍)을 활용해 측정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방식이 과거 마케팅에 활용된 사례가 있었고, 천공이 손이나 입술에 막히면 실제 흡입되는 타르양은 표기보다 증가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연구에서는 0.1mg 표기 제품의 실제 흡입 타르양이 측정값보다 최대 95배 높게 나타난 사례도 확인됐다.
'저타르 중심' 한국 시장…"개별 발암물질 중심 전환 필요" 현재 국내 담배 시장은 타르 수치를 중심으로 제품이 세분돼 있다. 소비자들은 타르 수치를 '순함 지표'로 받아들이고, 제조사도 이를 고려해 제품 전략을 짜는 구조다. 반면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타르 중심 정보가 소비자 오인을 유발한다는 판단 아래 관련 표기를 금지하거나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국내 제도가 국제 규제 기준과 괴리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담배유해성관리법의 목적은 정확한 유해성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하지만 타르는 벤젠·포름알데히드·니트로소노르니코틴케톤(NNK) 등 개별 발암물질의 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숫자 자체가 유해성 기준처럼 오인될 소지가 크다.
전문가들은 "타르 중심 정보는 실제 위험을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잘못된 안전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타르는 과학적으로 유해성을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 대상 성분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실질적 위해를 보여주는 개별 독성 물질 중심으로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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